2009년 11월 22일
샤코탄은 오른손에 고양이 머리를 쥐고
왼손에 그 고양이의 꼬리부터 배 가운데쯤까지를 쥔 채 큰 대자로 자고 있었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남의 일]을 읽었다.
하나는 읽은지 몇달 되었고 하나는 어제 읽었다.
뭐 요즘 이쪽 장르에서는 피가 튀고 살을 쪼개는 것이야 일상이고, 주인공이나 범인이 어떻게 하면 인간을 잘 쪼개 놓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다니는건 흔한 일이고, 이걸 어떻게 묘사하면 독자들이 뇌내마약을 분비해서 살아있다는 쾌감을 받을까, 하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넘쳐나는 시점이지만.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글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유혈묘사나 폭력의 강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폭력의 기반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애증도, 복수도, 분노도, 증오도, 네가 싫어, 이래서 죽였어 하는 이유가 없다.
그냥 찐득하게 묻어나는 악의만이 가득하다. 아이고.
어찌 보면 러브크래프트의 코즈믹 호러 같다고 볼 수도 있는데,
알 수 없는 것에 공포는 사라진 대신에 일상에서의 어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증가했달까.
현대적인 코즈믹 호러다. 호러. 음
러브크래프트가 알수 없는 글이 쓰여진 마른 피가 뭍어 있는 오래된 페이지,
오츠이치가 새하얀 백지에 점점히 튄 선홍색 핏자국의 페이지라면,
히라야마 유메아키는 끈적하게 묻어나는 검게 썩어가는 피랄까.
유혈 묘사와는 관계 없이 무거운 작가, 구역질 나는 글이다. 음.
(....싫다는 얘기는 아니고, 읽다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의 글이라는 말)
두 책 중에는 유니버설~ 가 더 낫다. 조금.
# by 시수리 | 2009/11/22 12:49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