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에서 PC와 플레이어의 캐릭터 만들기 TRPG

TRPG 관련 글인지 작법 글인지 모르게 될 것 같습니다만, 일단 떠오른 것을 좀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제5의 벽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르게 리플레이는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PC 이외에도 플레이어라고 하는 그 PC를 조종하는 플레이어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작품에서 존재하는 제4의 벽을 넘어서 제5의 벽이 존재한다고 보면 쉬울텐데요. 하여튼 그 때문에 리플레이는 극중극의 구조를 기본적으로 가지게 됩니다. 독자는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극을 진행해가고, 주사위굴림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과정을 함께 즐기게 되는 거지요.

이러한 캐릭터-플레이어-독자의 관계는 보통의 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독자가 캐릭터에 감정이입할수도 있고, 플레이어에 감정이입할수도 있다는 면을 가지게 되는데요. 이러한 면은 RPG가 가지는 게임적 특성, 이야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사위 굴림으로 인한 변수나 이야기를 지탱하는 규칙적인 면을 가지고도 리플레이를 읽는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죠.


독자가 느끼는 벽

이러한 게임적 재미를 느끼는 것은 일반적으로 참가하는 플레이어의 재미가 되기 쉽습니다. 다시 말해, TRPG의 (주로 ORPG가 되겠습니다만) 정리되지 않은 순수한 플레이 로그를 보게 되면 참가 플레이어는 아 저때 저런 굴림이 나와서 참 힘들었지, 저때 저 장면 만들때 재밌었지. 하고 느끼게 되지만, 이러한 요소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으로서는 플레이어의 카타르시스에 감정이입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되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의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캐릭터의 모험과 이야기를 즐기는 내용을 배치하는 것 역시 리플레이에서의 좋은 구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선 RPG의 특성 상 게임의 요소를 제외하고 순수한 이야기만을 배치 하면 RPG의 재미를 다 옮겼다고 할 수 없고, 두번째로 이러한 소설식으로 재탄생된 리플레이가 소설과 비교해서 경쟁력을 가지냐, 즉 얼마나 글을 잘 쓸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순수하게 글로서의, 스토리만의 재미를 원한다면 리플레이가 가지는 창작소설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 리플레이를 읽기 보다는 소설을 읽는게 더 재미있지 않느냐 하는 근본적 문제입니다.


플레이어로서의 현장감

이렇게 보면 좋은 리플레이를 만드는 것은 소설보다 더 많은 손이 가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순수한 소설과 리플레이에 원하는 세부 기대치가 같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면) 단순한 플레이로 즐거움을 주는 것 보다는 리플레이로 즐거움을 주기가 더 어려운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작품에서 제공하는 제4의 벽을 넘어서 제5의 벽을 통해 보는 현장감은 이야기를 통해 주기에는 확실히 늘어난 그 거리감만큼 멀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여줄 거리는 많지만, 그것을 재밌게 보게 하기에는 더 어렵다는 것이죠.

어쟀거나 작 내에서 플레이어가 굴리는 굴림의 아슬아슬한 성공에서 주는 카타르시스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받는 카타르시스가 플레이어의 성공에 의한 카타르시스인가 (플레이어에의 감정 이입), 캐릭터의 성공에 의한 카타르시스인가(캐릭터에의 감정 이입), 자신의 비슷한 경험/추억과의 비교에 의한 것인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이걸 플레이어 유형별로 구분해 보도록 합시다.


리플레이 플레이어의 세가지 유형

첫번째로는 플레이어와 다른 유형의 PC에 이입해서 그 PC처럼 행동하는 플레이어입니다.
가장 다루기 쉽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의외로 손이 많이 갈 부분이 많은데, 우선 플레이어와 PC의 동일성을 (독자에게)어떻게 유지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수염 난 아저씨가 연기하는 여고생 캐릭터가 대표적인데, 이야기적으로는 완벽한 여고생이지만 플레이어가 작 내에서 이것을 고려하게 되면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분리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이는 독자가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요소로 플레이어에 감정이입할 여지가 적으므로 이를 막는 연출/편집이 필요합니다.
해결책은 보통 많이 쓰는 방법으로 플레이중의 플레이어적인 요소를 최대한 제한하는 것입니다. 플레이가 시작 한 후에는 완벽하게 PC로서의 캐릭터만을 남겨 플레이 중의 대사를 캐릭터 대사로 전환하고 캐릭터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내용은 편집/삭제하여 독자가 최대한 캐릭터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방법의 단점은 PC의 캐릭터성이 약할 경우 PC의 비중이 작아지고 캐릭터성을 내보이기 힘들다는 단점입니다.
연기력이 강하고 스포트라이트를 쉽고 강하게 받는 뛰어난 플레이어에 적합합니다.

두번째는 플레이어의 개성이 강해서 PC가 플레이어의 개성을 따라가게 되는 플레이어입니다.
흔히 말하는 뭘 해도 같은 PC가 되는 플레이어인데 초보자에게서 많이 보입니다만, 숙련자에게서도 자주 보입니다. 이러한 타입은 리플레이 제작에서는 손이 많이 안 갈 타입인데 플레이어의 성격이 캐릭터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자주 보여줘서 플레이어의 성격이나 대화가 캐릭터에게 어떻게 반영되고 그 결과와 플레이어의 리엑션을 중심으로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다만 오히려 아래의 플레이어 중심의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보다 캐릭터<플레이어가 되는 경우가 많아 플레이어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플레이어가 너무 많을 경우 이야기가 해당 플레이어들에 의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마스터의 적절한 조절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해당 유형의 플레이어의 수를 적절하게 유지하던지요.
플레이 외적으로 유명한 플레이어의 경우, 혹은 개인의 개성이 매우 뛰어난 경우에 적합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플레이어와 PC의 갭이 큰 경우로 여기는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캐릭터는 리플레이의 편집자/작가의 손이 많이 가야 하는데 다양한 유형만큼이나 여러모로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게임적으로 계산을 많이 하거나 빌딩을 중시하는 플레이어의 경우 그 실패나 생각되로 되지 않는 주사위 장면을 부각시켜서 실패에 독자들의 초점이 많이 가도록 하는게 좋겠고(실패로 인한 독자의 게임적 카타르시스), 캐릭터는 완벽하지만 플레이어가 그에 따라가지 못 할 경우에 플레이어의 패닉이나 PC와 플레이어의 갭으로 인한 재미를 노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잘 될 경우 플레이어와 PC가 모두 부각되어 적절한 즐거움을 제공 할 수 있지만 편집자/작가의 적절한 편집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면을 부각시키지 못 할 경우 양쪽이 함께 부각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살려보자

요는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PC 좋은 이야기에 더해서 플레이어 자체도 리플레이의 재미와 그 전개에서의 중요한 위치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인기를 끌은 윳쿠리 크툴루 RPG 리플레이의 예를 들면 과할 정도로 캐릭터가 강하기는 하지만 위의 세가지 유형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유명 인사들의 참가로 화제를 모았던 리플레이가 오히려 화제가 된 플레이어가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개성이 빠져버린 일반적인 소설처럼 되어 버린다던가, 한국의 던전월드 리플레이 역시 플레이어의 캐릭터성이 지나치게 죽어서 객관적인 이야기 전개는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재미 없다는 반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결론을 내자면 좋은 리플레이를 위해서는 좋은 마스터(시나리오) - 플레이어(PC) - 편집자(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여기서 리플레이가 좋은 플레이를 리플레이로 옮기는 것인지, 아니면 리플레이를 쓰기 위해서 좋은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인지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한가지 확실한건, 좋은 리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의 좋은 플레이보다 좀 더 다양한 계산과 준비가 필요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는 리플레이가 많이 보이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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